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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가 옳았다/왜 추미애인가?

왜 추미애와 결선해야 하는가 - 강미숙

by anone 2021. 9. 21.

왜 추미애와 결선해야 하는가

 

추미애는 광주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결선공포증이 있는 게 아니라면 회피하지 말고 당의 경선흥행을 만들기 위해 결선에서 네거티브가 아니라 정책경쟁으로 즐겁게 해보자, 그러면 민주당에서 대통령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언제나 자신보다는 당을 우선하여 생각하고 행동해온 추미애다운 발언이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어떻게든 과반을 얻어 결선없이 본선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결선없이 본선에 나가는 것이 좋기만 할까? 오늘 토론회는 추미애가 이번 대선 경선에서 얼마나 중요한 무게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증명해 보였다. 당연히 결선에서 추미애가 활약해야 민주당이 대선에서 최종승리할 수 있다.

 

이 순간 180석이라는 역사상 초유의 거대여당을 만들어준 작년 4.15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위성정당이 복잡하게 설계되면서 마치 고차방정식이라도 되는 양 곳곳에서 공식을 만들어 계산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진용을 갖추기 전에 보다 개혁적인 이들이 열린민주당을 창당했고 열린 공천, 열린 공약이라는 정당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 범시민후보를 추천받아 당원과 일반 선거인단을 통해 순번을 정했고 집단지성으로 공약을 짜는 등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열린 공천에 열광했고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개혁에 대한 선명성을 드러내기 부담스러울 때 열린 민주당이 측면지원하고 협공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에 부풀었다. 또 시민들이 참여를 통해 정치적으로 단련되고 새로운 방식의 시민 권력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선거는 촛불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나는 김어준이 줄기차게, 마지막까지 몰빵론을 강조한 것과 이해찬 당대표가 열린 민주당에 대해 문정부를 참칭하지 말라거나 셀럽정치라며 폄훼한 발언을 기억한다. 수족관의 메기가 되고 여당을 대신하여 문정부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겠다는 개혁적인 정당을 향해서 말이다. 열린 민주당이 민주당의 자매정당이라는 비판을 비켜가기 위한 선긋기라고 보기에는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너무 지나친 발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탈당했지만 기세등등하던 김홍걸 후보도 열린 민주당을 향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꼼수이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김대중 정신을 욕보이는 거라고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부어댔었다. 그러나 선거후 그 누구도 도를 넘는 무례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결과적으로 민주당도 열린민주당도 지지자 입장에서는 뼈아픈 경험이다.

 

민주당은 단독 헌법 개정안 처리를 제외한 정부공약 대부분을 실현할 수 있는 180석의 초거대여당이 되었고 최소 5석에서 7석까지 기대할 만큼 지지율을 보였던 열린 민주당은 3석에 그치고 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막강한 힘을 가진 민주당은 그동안 무기력하기 그지없었다.

 

당시 민주당은 선거의 역풍이 불까봐 조국의 ‘조’자도 윤석열의 ‘윤’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총선의 압승은 누가 봐도 조국의 간난신고가 만들어준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느닷없이 조국과 추미애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공개반성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개혁의 지지부진함에서 오는 촛불시민의 박탈감, 정치적 효능감 상실을 헤아리기는커녕 전장의 선봉에 세운 장수들을 등 뒤에서 칼을 꽂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온 대선이다. 그런데 또다시 결선없는 본선에 가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몰빵론을 꺼내드니 기시감이 드는 것이다. 정치공학은 잘 모르지만 난 어떤 경우에도 진실한 것만이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몰빵하여 결선없이 본선으로 가는 것보다 결선에서 1:1로 맷집을 더 키우고 정책은 더욱 정교하게 다듬으며 있을 수 있는 빈틈이나 미심쩍은 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말그대로 냉정한 검증을 통해 털어내야 한다. 경선에서 결선은 단순히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풍부히 하고 서로의 정책을 교차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원팀은 절대 기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경선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원팀으로 가려면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적이 아니라 동지라는 의식을 지지자들 스스로 느낄 때 가능해진다. 개혁 대 개혁이 맞붙어 결선을 하는 과정 자체가 원팀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누가 후보가 되든 민주당의 대표선수를 뽑게 되어 이후 불필요한 잡음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점점 당내 반개혁 세력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고 보여지는 이낙연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개혁을 기본 아젠다로 설정하고 있는 추미애가 적합한 경쟁자인 것이다.

 

추미애는 현직 의원 하나 없이 오직 시민 자원봉사자들만을 데리고 마이너스에서 시작해 11.35%까지 왔고 분명 이번 호남을 변곡점으로 2위로 부상할 것이 틀림없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선명하고 선진적인 정책, 오직 검언정 카르텔과 맞서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투지, 경선에서 한발 떨어져 있거나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분들이 갈수록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게 만드는 친화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 그리고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순수한 개혁의지 하나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지지자들. 무엇보다 경선과정에서 개혁대 반개혁의 전선을 선명하게 보여준 유능하고 영리한 정치인이다.

 

실력 있는 라이벌은 양쪽 모두의 전투의지를 고양시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게 만든다. 자신만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 민주개혁진영의 파이를 키울 줄 아는 추미애, 자신을 기꺼이 불쏘시개로 쓸 줄 아는 추미애, 이보다 더 좋은 경쟁자는 없을 것이다. 개혁 대 개혁으로 맞붙어 서로에게 윈윈게임이 될 결선에서 만날 수 있도록 광주 호남의 권리당원과 선거인단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

출처: 강미숙 페북 2021.9.20. https://www.facebook.com/kpapirus/posts/874471543174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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