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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가 옳았다/왜 추미애인가?

민주당 지지자를 위한 경선 중간평가 - 홍종학

by anone 2021. 8. 20.

민주당 지지자를 위한 경선 중간평가(5) - 추미애

2016년 추미애가 민주당의 대표로 선출된 것은 큰 사건이었다.

추미애는 조직이 없다.

그야말로 추다르크다.

그런 그가 민주당 사상 최초의 TK 출신 당대표가 되었다.

 

당시 당 내에서는 적지 않게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런 우려속에 대표직을 수행했는데,

갑자기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국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섰고,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민주당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추미애는 시험대에 들었다.

민주당 의석은 121석에 불과했다.

탄핵 의결정족수 200석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추미애와 당시 원내대표인 우상호의 고심은 깊을 수 밖에 없었다.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했다.

시민들의 분노를 의사당 안으로 결집시키는

모종의 계책이 필요했다.

 

간신히 야권의 다른 정당들과 연합하여 171명 의원의 발의로

탄핵안을 제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새누리당의 본진을 흐트려뜨려야 했다.

박근혜는 2선 후퇴, 자진 사퇴 등의 설을 흘리는 한편,

은밀히 계엄령 등을 시사하며,

여당 의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시기,

고도의 지도력이 필요했다.

추미애와 우상호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촛불 시민들의 염원을 동력으로 하여,

234표의 찬성을 이끌어내 탄핵을 성공시켰다.

추미애의 정치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추미애는 이어 당당하게 당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일궈냈다.

곧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었다.

야구로 치면 3연타석 홈런을 친 것과 같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성과를 달성했다.

 

덕분에 추미애는 민주당에서 임기를 마친 최초의 당대표가 되었다.

민주당에서 당대표가 임기를 마친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다.

민주당이 여당일 때도 선거때마다 위기를 겪었고,

야당 시절에는 그야말로 지리멸렬했기 때문에 당대표가 1년을 넘기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추미애는 해 냈다.

 

정치인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성과로만 따지면 민주당의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당대표의 넘사벽 기준을 만든 추미애였다.

 

#다시추다르크로

 

민주당의 여성 당대표로

갖가지 기록제조기로 등극한 추미애의 다음 진로는 정해져 있었다.

이제 그에게는 국무총리나 국회의장을 제외한

다른 직위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에게 만신창이가 된 검찰개혁의 과업을

완수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국민을 공안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보수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은 중요한 직책이다.

황교안의 사례에서 보듯

법무부장관이 국무총리로 가는 경로일 수 있다.

그러나 인권을 중시하는 진보정부에서는

법무부장관은 크게 생색낼 자리는 아니다.

 

더욱이 지금은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당시만 하더라도 자신의 검은 속내를 감추고,

검사들의 집단이기주의의 대부가 되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인질극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추미애의 상황에 놓인 대부분의 정치인들이면 거절했을 것이다.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대부분 ‘그걸 왜 내가’하며 발을 뺏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 추다르크의 길을 택했다.

자신의 명리를 따지기 보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집단 이기주의로 똘똘뭉친 검사들의 조직적 저항 속으로,

단기 필마로 정의의 칼을 높이들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추미애는외롭다

 

추미애는 조직이 없다.

대선에 나선 지금도 다른 캠프에서는

지지 의원 수를 놓고 경쟁하지만,

추미애 캠프는 여전히 사람이 없다.

 

추미애는 그렇게 정치를 해 왔다.

어려운 순간마다 기성정치인들이 피해나갈 때,

혼자서 3보1배를 하며 국민들 앞에 나아갔다.

독배를 거절하는 법이 없다.

 

한국의 여성 정치인들은 외롭다.

내가 여성 정치인들을 존경하는 이유다.

아무런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 만의 힘으로 버텨나간다.

추다르크처럼 정의를 앞세우고 돌격해 나갈 때,

함께 피흘려주는 동지는 없다.

 

그렇게 검찰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혼자 맞섰다.

사냥꾼으로 비유하자면,

좋은 작전과 조직이 있었다면,

발광하는 멧돼지를 유인해 함정에 빠뜨릴 수 있었을텐데,

혼자 정면 승부하는 격이었다.

적지 않은 상흔을 입고 물러나야 했다.

 

#추다르크의힘은깃발에있다

 

전쟁이란 기세싸움이다.

화랑 관창은 전설 속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용기있는 한 사람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해보자 해보자 하고 누가 뛰어나가면,

겁쟁이들도 따라 나서는 것이 인간의 심성이다.

오를레앙의 잔다르크는 싸움을 잘 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자신은 상처를 입었지만,

추미애의 깃발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추미애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정의의 칼을 높이 들고 혼자 달려나가던 그가,

조직의 힘을 결집시키는 역량을 보여야 할 도전에 직면했다.

 

#우리추미애가달라졌어요

 

경선에 들어선 추미애는 여유로와 보였다.

다들 앞 선 주자들을 비판하기에 바쁠 때,

가끔 추미애 혼자 옹호하는 모습이 이채로왔다.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저건 무슨 전략이지 ?

 

치열한 승부에서 한걸음 물러나

한 번 쉬어 가며 대응하는 여유가 없으면

구사할 수 없는 전략이다.

추미애는 즐기고 있음이 역력히 보였다.

 

그동안 언론에서 매일 같이 보여주었던

얼굴 찌프린 인상에서 벗어나,

여유있는 미소와 함께

때로는 중재자로 때로는 주창자로

합리적 정치인임을 각인시켰다.

 

추미애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게 진짜 나야’라는 작은 외침처럼 보였다.

1차 경선의 최대 승자는 추미애로 보인다.

의도한 전략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다른 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략적 자세가 두드러졌다.

 

#추미애를주목해야

 

1차 경선에서 자신감이 붙었는지,

2차 경선에서는 조금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1차 경선 때와 마찬가지로 2차 경선에서도

다른 캠프에서는 추미애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미애가 경선판을 흔들고 있다.

 

현재 민주당 경선에서

추미애는 게임체인저까지는 아니지만

핵심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추미애의 미소가 누군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추미애 대응팀을 만들어 대응 전략을 논의한 캠프가 있는지 궁금하다.

역동적이지 못한 캠프에서는 불가능하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추미애가 끝까지 즐길 수 있을지,

추미애를 지지하는 용암들이 부글부글 끓어

어떻게 분출될지 궁금하다.

 

#진보의보검은인권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속전속결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이 기회를 빌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우리에게는 인권이라는 보검이 있는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듯하다.

 

공안검찰은 인권보다는 권력이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그 보상을 나눠갖는 가공할 조직을 구축했다.

따라서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를 깨는데는

먼저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검찰의 인권 유린 사례를 밝히고,

검찰이 그러한 인권유린을 통해

어떻게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는지를 알려야 했다.

그러한 인권 유린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검찰개혁이 되는 전략을 택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과서적으로만 본다면,

한국 검찰의 관행은 대부분 인권 유린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재심 사건의 경우를 보면,

검찰은 조직적으로 인권 유린을 하고 있고,

이를 법원이 방조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들 역시,

검찰과 법원의 인권 유린 실태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개혁으로 검수완박을 내세우면서,

정권과 검찰의 기싸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오히려 재심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의 예능 프로가

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 기여하는 기현상이 보인다.

예능 피디가 현 정세의 본질에 더 접근한 듯 보인다.

 

개인적으로 검찰개혁이 검수완박으로 실현될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검찰의 인권 유린을 법원이 그대로 용인하는 현실을 도외시하면,

검수완박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경찰, 검찰, 법원의 인권 유린 사례등을 하나하나 분석해서,

제도적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인권유린 사례를 데이터로 보여야 한다.

인권을 유린한 경찰관과 검사, 판사의 결정이

얼마나 상식에서 벗어난 것인지 밝힌 후,

상응한 책임을 철저히 묻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혁명의 도화선은 자의적인 사법행정이었던 적이 많다.

프랑스 혁명 당시 감옥부터 달려간 것은

사법적 결정에 대한 분노가 밑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미제라블에서 작가인 빅토르 위고는

장발장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혁명 이후에도 계속되는

자베르라는 현실적 인물들의 만행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윤석열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인권을 유린하는 경계선을 오가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검찰내 대표적인 매파에 속한다.

검찰 내에서도 그의 인권 유린 방식의 수사에 대해

경계하는 검사들이 많다고 들었다.

인권이라는 잣대로 정치 검사들을 솎아 냈어야 했는데,

잘못된 전략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검사들의 입지를 줄이지 않았나 우려하고 있다.

 

추다르크의 대표 공약으로 검찰이든 경찰이든

권력의 인권 유린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내걸었다면,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추다르크가 인권이라는 정의의 칼을 높이 들고,

더 높은 고지를 향해 달려나가기를 기원한다.

 

출처: 홍종학 페북

https://www.facebook.com/haasimi/posts/441602463185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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