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경선입니까 - 페북 강미숙님 글 (2021.08.14)
표창장 4년 선고 이후 며칠째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우울합니다. 노무현 잃고 노회찬 잃고 박원순 잃고 한명숙과 조국을 사지로 몰아넣고 추미애를 광야에 혼자 세워두고 여기까지 왔는데 적폐청산, 얻은 게 무엇입니까. 감옥에 쳐넣어야 할 것들은 조소를 흘리며 권력의 탄압이라 하고 무고한 이들은 줄줄이 영어의 몸이 되는데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시민으로서 자괴감이 느껴지는 겁니다. 시민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빼앗아간 주범은 누구입니까.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꿈꿔야 할 대선 경선도 참 재미없습니다. 재미없는 것을 넘어 맥 빠지고 힘 빠집니다. 모든 게 기본이 사라지고 뒤죽박죽인데 경선은 뭣하러 하십니까. 후보 여러분, 지금 말씀하시는 많은 장밋빛 공약들과 대통령이 되면 좋은 나라 만들겠다는 말들이 가슴뛰지 않고 왜 공허하게 들릴까요? 당신들 정말 할 수 있겠어? 하는 말이 왜 먼저 튀어나오는 걸까요.
한동훈 검사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을 밀쳤다고 혐의도 생소한 독직폭행으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는 징역 4개월에 자격정지 1년이고 재판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판사에게는 부적절한 재판 관여는 맞지만 재판개입은 무죄랍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1심에서 무죄라니 무리한 정치적 수사였다고 씨부리고 한동훈은 연일 조국 사건 관련하여 전 상관이자 대선 후보인 추미애‘씨’에게 맞장뜨고 있습니다.
아스팔트를 달구며 외쳤던 공수처는 윤석열의 비위사실을 비롯하여 그 많고 많은 고위공직자 비리를 다 제치고 1,2,3호 사건으로 최재형 감사원이 고발한 조희연 교육감과 이규원 검사, 이성윤 지검장을 지목했습니다.
범죄자 김학의를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지 못하게 막은 검사를 기소해도 속수무책, 검사가 불러주는 대로 쓸 것을 강요했다고 밝혀도, 조민씨의 친구가 조민이 맞다며 왜 자신이 허위진술을 했는지 밝혀도 다 무시하고 표창장 하나로 징역 4년을 선고해도 속수무책, 심지어 두 딸을 위해 시험지 유출이라는 범죄에도 징역 3년이 선고되는데 설령 위조가 맞다 해도 표창장으로 징역 4년을 선고하는 나라가 정상국가가 맞긴 한 겁니까, 그러고도 우리더러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는 겁니까.
최순실이 삼성에게 받은 말 3마리는 뇌물이 아니라던 이동원은 오직 드루킹의 오락가락하는 진술만으로 김경수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검찰이 수용자를 불러내 양아치들처럼 진술을 훈련시킨 범죄는 질질 끌다 공소시효로 끝나버렸습니다. 김경수 지사와 정경심 교수, 한명숙 총리는 누가 봐도 결론부터 내리고 수사하고 재판한 결과입니다. 조희연 교육감도,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지검장도 공판준비기일만 늘려 가마솥에 개구리로 만들어버리려는 것은 아닌 겁니까.
정말 우습지 않습니까? 이제 저들은 눈치 안보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한테 대들던 검사들처럼 이쯤하면 막가자는 거 아닙니까? 박근혜 탄핵 이후 민주개혁진영이 받아든 적폐청산 성적표는 낙제입니다. 적폐청산의 시계는 조국과 추미애 이후 멈춰 서 있습니다. 이걸 인정하지 않으면 다음도 없는 겁니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절망적이게도 민주정부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툭 건드리기만 해도 기소되어 유죄선고를 받고 저들의 카르텔에 충실한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죽여도 무죄나 집유로 날개를 답니다. 검찰의 수사권이 실질적으로 축소된 게 무엇입니까. 눈엣가시는 표적으로 삼아 과잉수사하고 말 잘듣는 제 식구는 96만원으로 감싸고 상식과 정의라는 법을 집행한 이들은 가차없이 손발을 묶어버리는 현실. 앞으로 누가 정부를 위해, 대의와 정의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요.
민주당에 묻습니다. 지켜줄 의지는 있는 겁니까. 조국도 추미애도 정진웅도 김경수도 발목잡힌 최강욱도 이규원 검사도 지켜줄 생각이 있기는 한 겁니까. 털끝 하나라도 건든 이들은 교묘하게 보복하는데 후보 여러분은 나중에 대통령이 된다 한들 누구를 믿고, 누굴 데리고 일하시렵니까.
1위이신 이재명 지사님, 기본소득도 좋고 다 좋은데 대통령 말 듣다가 삐끗하면 죽음으로 위장당하거나 얼토당토 않는 것으로 기소해 물먹이는데 관료들이 당신 말을 듣겠습니까. 무엇으로, 어떻게 관료집단을 장악하고 저항을 무력화시키며 기본소득 해나가시렵니까. 그깟 한번 주는 25만원도 죽어도 다는 못 주겠다며 살기등등하게 저항하는 관료들을 데리고 말입니다. 화끈한 성격대로 그냥 다 잘라버리시겠습니까.
기본소득 하시려면 관료개혁부터 해야 하고 관료개혁은 검찰개혁이 전제되어야 가능합니다. 검찰의 수사-기소분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디 무서워서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들을 수나 있겠습니까. 당신의 열린캠프로 몰려드신 40명에 가까운 현직의원들을 독려하여 할 수 있는 입법발의를 하고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으로 실력을 보여 주십시오. 공약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이 일에 총매진해 주십시오. 그래야 당신이 말하는 기본소득이든 무엇이든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위 하시는 자칭 신사 이낙연 전 대표님. 당신이 당대표로 있을 때 수사-기소 분리를 마무리하지 않은 것에 정녕 책임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중수청 설치법은 2월에 발의되어 상반기내 처리를 약속하셨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입니다. 내년 6월에 법사위원장을 황국신민들에게 넘기겠다 했으니 번복하지 않는다면 수사-기소분리 입법 처리시한은 내년 5월 말까지겠지요.
대통령이 되어서 할 생각이라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십시오. 하겠다, 시켜만 주면 다 개혁하겠다 하지 마시고 지금 개혁 의지와 실력을 보여주십시오. 필연캠프에 30명이 넘는 현직 국회의원을 거느리고 있는데 뭔들 못하겠습니까. 단독으로 개헌도 가능하다던 170여명을 데리고도 못한 일을 어떻게 대통령이 되면 할 수 있다는 건지 납득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당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라는 힘을 갖고 계실 때는 이핑계 저핑계 대며 협치와 사면을 말하고 후보가 되고 나니 하겠다 말하는 것은 너무 모순된 것이 아닙니까. 나는 당신의 당대표 시절에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에 이미 마음에서 떠나 보낸지 오래입니다만 지금이라도 실력으로 진정성을 보여주신다면 달리 생각하겠습니다.
1위를 놓고 네거티브로 여념이 없으신 후보님들, 민주당이 170석을 넘게 갖고도 검찰개혁, 관료개혁, 사법개혁의 추동력이 없어 보인다면 설령 당신들 중에 누군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공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니 그 전에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세 후보의 캠프에 이름을 올린 현직의원을 세어보니 총 98명이더군요. 지금은 더 늘었겠지요. 세 후보님들이 일치단결하여, 혹은 캠프별로 경쟁적으로 이번 8월 본회의에서 실력을 보여주십시오.
검찰개혁이 검찰탄압으로 둔갑했는데 민주당 국회의원 여러분은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이 모든 것이 민주당 몰빵론의 후과입니다. 북극지방에 늑대가 사라지자 순록들의 개체수가 줄었듯 누군가 메기 역할을 하지 않는 조직은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열린 민주당이 원내 교섭단체까지는 아니어도 최소 10석만 되었어도 매운 민주당 역할을 했을 테고 지금의 정치지형과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열린민주당이 대선 국면에서 어떤 역할이든 해주길 바라지만 이또한 난망인 것 같아 참으로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숫자로만 국회의원을 보유한 집권여당, 필사적으로 수사권을 사수한 검찰과 검언유착에도 무죄 날개를 단 언론, 자본과 검찰의 손아귀에 스스로 결박당한 사법부,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관료조직을 데리고 대통령이 되면 뭐합니까. 촛불광장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조국과 가족을 도륙하고 추미애 혼자 혈혈단신으로 들어가 싸우는데도 나몰라라 하는 당신들을 뭘 믿고 충정을 다해 일할 수 있겠는지요.
그래서 경선이 흥미가 떨어지는 겁니다. 개혁이 물건너가는데 하위공약이 무슨 소용입니까. 그냥 다 집어치우고 지금 할 수 있는 일 하십시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다시 개혁의 기회는 없을 것이고 이 시기를 놓치면 당신들은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2007년 대선이 자꾸 떠오르지 않게 각 캠프별로 8월 임시국회에서 죽기살기로 성과를 내고 그 성적표를 들고 선택해 달라고 요구하십시오.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 뛰는 경선에 참여하여 정치적 효능감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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